요즘 코인 뉴스 보면 ‘규제’랑 ‘상장’ 이야기만 가득하죠? 솔직히 원래 암호화폐가 뭘 위해 태어났는지 가끔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오늘 읽은 글에서 딱 그 점을 찔러서, 제 할아버지 생각이 났거든요.
저희 할아버지는 평생 은행을 못 믿으셨는데, 어릴 땐 그게 좀 촌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대학원 다닐 때 쯤, 할아버지가 집 벽 속에 만든 작은 공간에서 먼지 쌓인 현금 뭉치를 건네주시면서 하신 말씀이 있어요. “돈은 네가 어떻게 쓰는지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게 최고란다.” 그때는 그냥 웃고 넘겼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사이퍼펑크(Cypherpunk)’ 정신의 핵심이었더라고요. 프라이버시, 자기주권, 탈중앙화. 암호화폐의 뿌리 말이에요.
할아버지 세대는 사생활 보호를 당연한 권리로 생각했어요. 1950년대 영국에서 한 운전자가 신분증 제시를 거부해서 벌어진 실제 사건도 소개되더라고요. 당시 판사는 “신분증이 원래 목적을 벗어나 사용되고 있다”며 폐지를 지시했대요. 그땐 감시라는 게 정말 어렵고 비쌌거든요. 누가 트렌치코트 입고 뒤따라다니지 않는 한, 당신의 대화나 현금 결제는 별다른 기록을 남기지 않았죠. ‘실질적 은닉’이라는 상태였어요.
근데 지금은 정반대네요. 우리의 모든 데이터는 수집되고, 팔리고, 교차 분석돼요. 감시가 새로운 ‘기본’이 된 거죠. 제가 스타벅스 앱으로 커피 한 잔 결제해도, 그 데이터는 제가 좋아하는 넷플릭스 장르와 연결 지어 분석될 수 있어요. 할아버지가 보셨으면 완전 경악하셨을 텐데요.
이게 왜 암호화폐 이야기랑 연결되냐면, 요즘 암호화폐 생태계에서도 그 근본 가치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거든요. 비탈릭 부테린이 프라이버시를 강화하는 ‘믹서’를 사용해 기부했을 때, 사람들이 수상쩍게 본 사건이 대표적이에요. 그때 부테린이 한 “프라이버시는 정상적인 거다”라는 말이 정말 강렬하게 와닿아요.
우리는 어느새 프라이버시를 원하는 것 자체를 수상하게 보는 사회에 살고 있는 걸까요? ‘암호화’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술이 오히려 의심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네요. 마치 할아버지의 벽 속 현금을 보고 ‘왜 은행에 안 넣어요?’라고 묻는 것과 비슷해요.
할아버지가 벽 속에 숨겨둔 현금은 결국 인플레이션으로 대부분의 가치를 잃었어요. 그걸 발견했을 때 느꼈던 안타까움처럼, 지금 우리가 소홀히 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진짜 정신’도, 나중에 되돌아보면 이미 그 가치가 훼손된 후일지도 몰라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우리 손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이 있는 거 같아요. 다음번에 코인을 매수하거나 어떤 새 프로젝트를 볼 때, ‘이게 정말 탈중앙화를 지키고 있을까?’, ‘내 정보와 자산의 주인은 여전히 나일까?’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네요. 할아버지의 그 현금 뭉치처럼, 우리도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숨겨야’ 하는 시대가 온 걸까요? 좀 씁쓸하네요.
—
원문: [CoinTelegraph](https://cointelegraph.com/news/cypherpunk-values-dying-but-not-dead-yet-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