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위니가 직접 디자인한 마지막 게임, ‘질 오브 더 정글’을 다시 보다

1992년의 PC 게임 시장은 지금과 얼마나 달랐을까요? 그 해 출시된 ‘질 오브 더 정글(Jill of the Jungle)’은 그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타임캡슐 같은 게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게임이 현재 게임 엔진 시장을 지배하는 에픽게임즈의 CEO 팀 스위니가 프로그래밍과 디자인을 직접 맡은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언리얼 엔진과 ‘포트나이트’로 대표되는 거대 기업의 시작점을 들여다보는 일은 시장 분석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당시 팀 스위니가 풀고자 했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핵심은 ‘PC에서의 콘솔 게임 경험’이었습니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PC 플랫폼 게임들은 ‘커맨더 킨’처럼 조작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죠. 수천 달러짜리 PC가 수백 달러짜리 슈퍼 닌텐도보다 게임하기에 나을 게 없다는 인상을 줬던 시절입니다. 스위니는 ‘질 오브 더 정글’로 이 편견에 정면으로 도전했습니다. 최근 GOG에서 제공하는 통합판으로 삼부작을 다시 해보니, 놀랍게도 반응성 좋은 점프와 창의적인 레벨 디자인은 지금도 충분히 즐길 만했습니다.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는 탄탄한 게임 설계의 힘이 느껴집니다.

여성 주인공 ‘질’의 설정은 당시 얼마나 파격적이었을까요? ‘툼 레이더’의 라라 크로프트나 ‘라스트 오브 어스’의 엘리 윌리엄스가 당연해진 지금 시점에서는 낯선 질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92년 당시, 이는 확실한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스위니가 문화적 관점에서도 선제적인 사고를 가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물론, 여성 주인공 게임 자체가 ‘질’이 최초는 아니었겠지만요. 시장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찾고, 기술적 한계를 디자인으로 극복하려는 그의 접근법은 이후 에픽게임즈의 성공 DNA를 이미 함의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 오브 더 정글’의 유산은 현재 에픽게임즈의 어떤 모습으로 이어졌을까요? 직접적인 게임 디자인에서 손을 뗀 스위니는 ‘언리얼 엔진’이라는 더 거대한 도구를 시장에 선보입니다. 이 엔진은 현재 AA, AAA 게임 개발의 사실상 표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디즈니의 ‘만달로리안’과 같은 영화 제작에도 활용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인프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엔진의 최고 홍보대사이자, 메타버스 열풍의 주요 견인차가 된 게임이 바로 ‘포트나이트’입니다. 한편으로 스위니는 애플, 구글과의 공개적인 갈등을 통해 플랫폼 파워에 대한 논쟁을 선도하는 기업 활동가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질 오브 더 정글’은 단순한 레트로 게임의 재발견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 게임은 한 창업자가 가진 ‘기술적 문제 해결’과 ‘시장 감각’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어떻게 초기 작품에 응축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리고 그 화두는 30년이 지난 지금, 게임 엔진 시장 점유율과 플랫폼 독점에 대한 거대한 법정 공방으로까지 진화했습니다. 과거의 한 게임이 현재의 산업 지형을 예견했다는 점, 그것이 이 작은 DOS 게임을 다시 돌아보는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요?

원문: [Ars Technica](https://arstechnica.com/gaming/2025/11/revisiting-jill-of-the-jungle-the-last-game-tim-sweeney-desig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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