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정부 운영은 이제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700여개 행정정보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마치 도시의 전기 공급이 한순간에 끊긴 것과 같은 상황이었죠.
사고 발생 두 달 만에 핵심 책임자들이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용석 디지털정부혁신실장과 이재용 국정자원장이 동시에 경질된 것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합니다. 특히 이 국정자원장은 업무상 실화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면서 더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고 원인은 생각보다 단순했지만, 그 파장은 컸습니다. 작업자들이 리튬이온 배터리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채 장비 이전 작업을 진행하면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마치 자동차 정비 시 시동을 끄지 않고 작업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무시한 셈입니다.
현재 시스템 복구율은 98.7%에 달하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709개 중단 시스템 중 693개가 정상화되었고, 공무원 업무용 저장소인 G드라이브도 복구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숫자 뒤에 숨겨진 신뢰 회복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번 인사 조치는 단순한 문책을 넘어 조직 개편과 연계된 의미를 가집니다. 행안부는 디지털정부혁신실을 ‘AI정부실’로 개편하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입니다. 마치 오래된 빌딩을 리모델링하듯, 시스템과 조직을 동시에 쇄신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시장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번 사건은 공공 디지털 인프라 보안과 안정성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줍니다. 클라우드, 재해복구, 백업 시스템 관련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기술적 대응을 넘어, 안전 문화와 프로세스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번 사태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안전성과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AI정부실 출범을 앞둔 지금,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체계적인 위기 관리 시스템 구축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인프라는 이제 국가의 핵심 동맥과 같습니다. 그 동맥이 한순간에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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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자신문](https://www.etnews.com/2025112900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