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식당에서 우연히 메뉴판을 보다가 ‘상어 지느러미 수프’ 항목을 발견했습니다.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죠.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데이터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지난 50년간 공해상 상어 개체 수 70% 이상 감소’, ‘전체 종의 1/3 이상이 멸종 위기’. 한 그릇의 수프가 단순한 고급 요리가 아니라,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과 생태계 위기의 종착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를 규제하려는 역사적인 움직임이 지난주에 있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막을 내린 CITES(멸종위기종 국제거래 협약) 제20차 당사국 총회에서 70종 이상의 상어와 가오리에 대한 국제 무역 금지 및 규제 조치가 채택됐습니다. 여기에는 대형 어류인 고래상어, 대왕환도상어, 만타 가오리 등이 포함됩니다. CITES는 UN 산하 조약으로, 이 협약에 등재되면 해당 종의 국제적 거래는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됩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연간 약 10억 달러(약 1.3조 원)에 이르는 거대 글로벌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조치입니다.
이러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상어와 가오리는 대부분의 어류와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어류가 1년에 수백만 개의 알을 낳는 반면, 이들은 성장이 매우 느리고 새끼를 적게 낳습니다. 예를 들어, 만타 가오리는 일생 동안 살아있는 새끼를 고작 7마리 정도만 출산합니다.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이들을 일반 어류처럼 대량으로 포획해 왔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개체 수가 80% 이상 급감하는 ‘침묵의 멸종 위기’가 진행 중입니다.
시장의 수요는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중국 고급 요리용 상어 지느러미죠. 하지만 수요의 전부가 아닙니다. 만타 가오리는 아시아의 일부 전통 의학에서 사용된다는 이유로 아가미 판을 위해 포획됩니다. 상어 고기는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또는 반려동물 사료 원료로 쓰이기도 합니다. 한편, 투구상어 같은 심해종의 간유에서 추출한 ‘스쿠알렌’은 화장품과 스킨케어 제품, 최근에는 백신 보조제로까지 사용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투자자나 시장 분석가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ESG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입니다. 첫째, 이제 상어 유래 성분을 사용하는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회사들은 명확한 대체재(예: 올리브, 사탕수무에서 추출한 식물성 스쿠알렌) 전략과 투명한 원산지 추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압력을 받게 됩니다. 둘째, 불법 어업과 연계된 불투명한 공급망은 기업 평판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윤리적 소비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이는 중요한 리스크 관리 항목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CITES 규제는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닙니다. 이는 한 산업의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재고하도록 요구하는 신호탄입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두 가지 흐름이 두드러질 것입니다. 하나는 화장품 및 제약 분야에서 식물성 대체 원료 관련 기술과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산물 공급망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블록체인 같은 추적 기술의 적용이 확대되는 것입니다. 생태계 보호라는 가치가, 이제 시장의 규칙을 바꾸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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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Ars Technica](https://arstechnica.com/science/2025/12/sharks-and-rays-gain-landmark-protections-as-nations-move-to-curb-international-tr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