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이나 코인 차트 보면서 ‘퀄리티’와 ‘퀀티티’ 사이에서 고민하시는 분 많으시죠? 가치투자 vs 단타, 알트코인 한 종목 올인 vs 여러 종목 분산투자… 이런 고민은 인간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었네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회를 이룬 생물 중 하나인 개미들도 똑같은 딜레마를 진화 과정에서 해결해왔다고 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개미 사회가 복잡해지고 규모가 커질수록, 일개미들을 더 작게 만들 뿐만 아니라 ‘더 싸게’ 만든다는 거예요. 마치 스타트업이 초창기에는 고급 인재를 최고 대우로 채용하다가, 회사가 커지면 효율적인 표준화된 인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근데 진짜 신기한 게, 개미 세계에서 이 ‘원가’는 바로 ‘외골격’이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딱딱한 갑옷 같은 거죠. 이 외골격은 포식자로부터 보호하고, 수분을 유지하며, 근육을 붙여주는 중요한 구조물이에요. 문제는 이 갑옭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는 질소나 아연, 망간 같은 귀한 자원이 많이 든다는 거였어요. 혼자 사는 곤충이라면 이 투자를 아끼면 죽을 수 있지만, 수만 마리가 뭉쳐 사는 개미 사회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졌네요.
연구팀의 가설은 정말 경제학적이에요. 만 명의 일개미가 있는 군락에서 몇 마리 잃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니까, 각 개체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건 귀한 영양분 낭비라는 거죠. 그럼 ‘대량으로, 저렴하게’ 생산하는 게 군락 전체의 생존에 더 유리해지는 거예요.
이 가설을 검증하려면 전 세계 다양한 개미의 해부학적 구조를 비교해야 했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연구팀은 ‘Antscan’이라는 거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어요. 전 세계 개미의 3D X-ray 마이크로 단층촬영 이미지가 담긴 곳이죠. 의료용 CT보다 훨씬 고해상도라는데, 기술 자체는 정말 최첨단이에요.
하지만 500종이 넘는 개미, 880개가 넘는 표본의 3D 이미지를 일일이 분석하는 건 인간이 하기엔 너무 힘든 일이었죠. 그래서 연구팀은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외골격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부피를 측정하게 했답니다. AI를 활용한 생물학 연구, IT 트렌드랑 완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좀 놀랐어요.
분석 결과가 나오자, 외골격에 투자하는 비율이 개미 종에 따라 몸 부피의 6%에서 35%까지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식습관, 온도, 습도 같은 변수를 하나씩 제거해가며 분석했더니,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가 나왔어요.
바로 ‘군락의 규모와 사회적 복잡성’이었어요. 군락이 크고 일개미의 역할이 전문화될수록, 개별 일개미의 외골격은 더 얇아지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해요. 즉, 사회가 발달할수록 개체는 ‘소모품’에 가까워지고, 전체 시스템의 효율성을 위해 희생되는 구조가 된 거죠. 솔직히 좀 잔인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군락 전체의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게 연구의 결론이에요.
이 연구를 보면서 제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느끼는 조직의 변화가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기에는 모든 직원이 다재다능한 ‘특급 인재’여야 했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각자의 역할이 세분화되고, 그에 맞는 ‘표준화된’ 인력 관리가 이루어지잖아요. 개미 사회의 진화가 수억 년에 걸쳐 이뤄낸 효율성의 정답이, 어쩌면 우리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발견한 조직 관리의 원리와 닮아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투자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초기에는 소수의 퀄리티 높은 종목에 올인하다가, 자산이 커지면 리스크 분산을 위해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게 되죠. ‘한 명의 에이스’보다 ‘안정적인 팀’이 중요해지는 순간이 오는 거예요. 생물학, 경제학, 조직론이 모두 연결되는 이 통찰, 우리의 선택과 전략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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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Ars Technica](https://arstechnica.com/science/2025/12/the-evolution-of-expendability-why-some-ants-traded-armor-for-numb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