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저널리스트로서 지난 15년간 실리콘밸리의 여러 혁신을 지켜보았습니다. 특히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분야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왔지만, 한 가지 지속적인 과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들 사이의 감정적 교감’을 디지털 공간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 근본적인 질문에 한 걸음 다가선 흥미로운 성과를 내놓았습니다.
피씨엔(PCN)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R&D 사업을 통해 개발한 ‘가상 환경 내 공유 감성 인식’ 기술은 기존 접근법과 차원을 달리합니다. 역사적으로 감성 인식 AI는 개인의 표정이나 음성 톤 같은 단일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마치 파티의 전체 분위기를 모르고 한 사람의 표정만으로 판단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반면, 이번 기술은 멀티모달 데이터 융합, 문맥 인지, 그래프 신경망(GNN)을 결합해 아바타의 표정과 제스처, 생체 신호, 대화 내용을 종합 분석합니다. 더 나아가, 가상 공간의 조명이나 배경, 상황 같은 ‘문맥’까지 함께 읽어 같은 미소도 축하 자리와 경쟁 장면에서 다르게 해석하는 정교함을 보입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감성 전이’ 현상을 모델링했다는 점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옆 사람의 웃음이 전염되거나, 회의실의 무거운 분위기가 퍼지는 것처럼, 가상 공간에서도 아바타 간의 거리와 상호작용을 분석해 그룹 내 지배적인 감정의 흐름을 포착합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고도화된 GNN 알고리즘은 수십 명이 참여한 가상 회의장의 전체적인 기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고 합니다. 이는 과거의 기술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규모와 정밀도의 분석입니다.
이러한 기술이 적용되면, 메타버스 공간은 사용자 감정에 반응하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적응형 공간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그룹의 공유 감정이 ‘즐거움’으로 판단되면 조명이 따뜻해지고 경쾌한 음악이 흐르며, ‘집중’이나 ‘긴장’이 감지되면 환경이 차분하게 조절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배경 변경을 넘어, 사용자의 심리 상태를 지지하고 상호작용의 질을 높이는 본질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한편, 이러한 발전의 배후에는 상당한 연구 투자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해당 과제는 4년에 걸친 장기 R&D의 결과물이며, 이는 한 대형 스타트업의 초기 시리즈A 투자 규모에 버금가는, 결코 작지 않은 연구 자원이 집중되었음을 시사합니다. 피씨엔의 송광헌 대표는 이 기술이 차세대 소셜 VR, 원격 교육,乃至 심리 치료 등 다양한 분야의 표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여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기술의 진보는 종종 하드웨어의 스펙이나 그래픽의 해상도에 집중되곤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몰입감과 연결감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 사이의 미묘한 감정적 교류에서 비롯됩니다. 이번 연구는 그러한 감정의 층위를 가상 세계에 구현하려는 시도로서, 단순한 ‘공간 구축’을 넘어 ‘경험 설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앞으로 이 기술이 어떻게 상용화되어 우리의 디지털 생활을 바꿀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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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자신문](https://www.etnews.com/2025121300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