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I 관련 뉴스 보면, ‘어? 이 스타트업 얼마 전에 투자받지 않았나?’ 싶을 때가 많지 않나요? 제가 요즘 가장 놀란 건, 투자 라운드 사이 간격이 정말 짧아졌다는 거예요. A라운드 받고 두 달 만에 B라운드 받는 게 일상이 됐거든요.
이런 흐름의 한가운데에 ‘킹메이킹(Kingmaking)’이라는 전략이 있어요. 말 그대로 ‘왕을 만든다’는 뜻인데, VC들이 특정 분야에서 유력한 후보 한 곳을 골라,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할 만큼 막대한 자금을 초기부터 쏟아붓는 전략이에요. 경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단 돈으로 승자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보면 더 이해가 쉬워요. AI로 기업 자원 관리(ERP)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DualEntry’라는 스타트업이 작년 10월에 9000만 달러(한화 약 1200억 원)를 투자받았대요. 창업한 지 1년밖에 안 된 회사인데, 회사 가치(밸류에이션)는 4억 1500만 달러(약 5500억 원)나 된답니다. 근데 투자 검토 당시 연간 반복 수익(ARR)은 40만 달러(약 5억 원) 수준이라는 소문도 있어서, 수익 대비 평가액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셈이에요.
솔직히 이건 예전이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킹메이킹 자체는 새 전략은 아니에요. 2010년대 우버와 리프트의 경쟁에서도 ‘자본을 무기로’ 삼는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때는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한 C라운드나 D라운드에서나 벌어지던 일이었어요. 지금은 훨씬 더 일찍, 거의 스타트업이 갓 태어났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그래서 DualEntry의 경쟁사들인 ‘Rillet’이나 ‘Campfire AI’도 뒤지지 않게 큰 투자를 연이어 받고 있네요. AI ERP 말고도 IT 서비스 관리 같은 다른 AI 분야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해요. 한 VC는 “라운드 사이에 새로운 성과 데이터가 나오지도 않는데, A라운드 끝나고 27일에서 60일 사이에 B라운드가 정기적으로 일어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왜 이렇게 초반부터 큰 돈을 걸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일단,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스타트업은 대기업 고객들 눈에 ‘더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비춰져요. 그래서 중요한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선호 공급자’가 되기 쉬워요. 법률 AI 스타트업 ‘Harvey’가 큰 로펌 고객들을 끌어모은 것도 비슷한 배경이 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역사를 보면, 막대한 자금이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아요. 컨보이(물류), 버드(전동 킥보드)처럼 많은 자금을 받고도 결국 실패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거든요. 그런데도 메이저 VC들은 이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유망해 보이는 AI 분야에 미리 베팅하는 걸 선호하는 모양이에요. ‘이길 것 같은 한 마리 말에 올인’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죠.
결국 이 킹메이킹 전쟁은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어요. 이제 막 등장하는 AI 서비스들을 고를 때, ‘어느 회사가 가장 많은 투자를 받았나?’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거죠. 투자자들의 막대한 자금이 신뢰의 지표로 작용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동시에, 그 서비스의 진짜 가치와 실용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눈은 여전히 필요하겠죠.
다음번에 ‘누가 누구에 투자했다’는 AI 산업 뉴스를 보게 되면, 단순한 투자 소식이 아니라 ‘누가 다음 왕이 될 것인가’를 가르기 위한 초기 전쟁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 전쟁의 승자가 결국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서비스를 결정하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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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TechCrunch](https://techcrunch.com/2025/12/03/vcs-deploy-kingmaking-strategy-to-crown-ai-winners-in-their-infa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