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들이 AI 스타트업에 ‘킹메이킹’ 전략을 쓰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알아야 할 것

얼마 전, DualEntry라는 AI 스타트업이 설립 1년 만에 무려 9000만 달러(한화로 약 1200억 원!)를 투자받았대요. 회사 가치는 4억 달러가 넘는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하죠. 이 회사는 오라클 같은 복잡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려고 해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투자를 고려했던 한 VC에 따르면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고작 40만 달러 수준이었다는 거예요. 회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고 부인하지만, 어쨌든 매출에 비해 가치가 하늘을 찌르는 건 사실이에요.

이게 바로 요즘 VC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킹메이킹(Kingmaking)’ 전략이에요. 쉽게 말하면, 한 경쟁 분야에서 가장 유망해 보이는 한 명의 ‘왕자’를 골라서, 다른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자금을 몰아주는 거죠. 마치 학교 운동회에서 누가 1등 할지 미리 점찍어주고, 그 친구한테만 최고의 운동화와 영양제를 잔뜩 쥐어주는 것과 비슷해요. 그 친구는 당연히 유리해지고, 다른 친구들은 ‘아, 저 친구가 이길 거야’라는 인상을 받게 되죠.

진짜 신기한 건 이 킹메이킹의 타이밍이에요. 예전에는 우버나 리프트처럼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시리즈 C, D 단계에서 이런 ‘자본을 무기로’ 삼는 전쟁이 벌어졌다면, 지금은 스타트업이 갓 걸음마를 뗀 A라운드에서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투자자들이 승자를 점지하는 시점이 훨씬 앞당겨진 거죠. 마치 유망한 아이돌 연습생이 데뷔도 하기 전에 대형 기획사들이 앞다퉈 전속 계약을 맺으려고 하는 것처럼요.

AI ERP(기업 자원 관리) 분야만 봐도 그렇습니다. DualEntry 말고도 Rillet, Campfire AI 같은 경쟁사들도 몇 달 사이에 연달아 거액의 투자를 받았어요. 한 VC는 “A라운드와 B라운드 사이에 27일에서 60일밖에 안 걸린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IT 관리나 보안 분야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보인다고 하니, 이건 더 이상 개별 사례가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인 셈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기죠. 정말 이 모든 회사들이 투자 받을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을까요? 일부 스타트업은 정말 눈부신 성장을 보이지만, 많은 경우 아직 연간 매출이 수백만 달러 수준에 머문다고 해요. 스타벅스 커피 몇 잔 값으로 회사 가치가 수백억 원이 되는 꼴이니, 조금은 어이없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VC들이 이런 전략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일단 대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때 ‘이 회사가 내일 없어지지는 않을까?’라는 불안감을 많이 가져요. 그럴 때 엄청난 자금을 지원받은 스타트업은 ‘이 친구는 큰 손님이 뒤에 있으니까 오래 갈 거야’라는 신뢰를 주죠. 법률 AI 스타트업 ‘하비’가 큰 로펌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고 해요. 돈이 많다는 건, 생존 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보증서 역할을 하는 거예요.

물론,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과거에도 컨보이(물류 스타트업)나 버드(킥보드 공유)처럼 거액의 투자를 받고도 실패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거든요. 그런데도 대형 VC들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들은 AI 시대에 맞는 분야를 미리 예측하고, 그 안에서 가장 가능성 있어 보이는 ‘한 장의 카드’에 모든 것을 걸기를 원하죠. 다른 카드들을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이 고른 카드가 승리하도록 막대한 자본으로 뒷받침해주는 거예요.

제 생각엔, 이 현상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요. 첫째, AI 산업의 성장 속도와 기대치가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거죠. 둘째, 이제 ‘아이디어’나 ‘초기 실적’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누가 더 큰 자본의 후원을 받느냐’가 초기 생존과 성장에 결정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스타트업에서 일하거나 투자에 관심이 있는 우리라면, 단순히 ‘누가 투자를 많이 받았네’가 아니라, ‘그 투자 뒤에 어떤 전략이 숨어있을까?’를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죠. 결국 왕으로 만들려는 자본의 손길이, 진정한 혁신을 이끌지, 아니면 거품을 만들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원문: [TechCrunch](https://techcrunch.com/2025/12/03/vcs-deploy-kingmaking-strategy-to-crown-ai-winners-in-their-infa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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