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새로운 금융 기술의 도입은 항상 ‘규제의 장벽’과 ‘혁신의 물결’ 사이에서 진통을 겪어왔습니다. 2000년대 초 전자금융의 등장이나, 2010년대 후반 핀테크의 확산이 그랬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토큰증권발행(STO)이 제도권의 공식 트랙에 올라섰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안은 단순한 법적 절차를 넘어, 한국 금융이 블록체인이라는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재편될 수 있는 초석을 놓은 사건입니다.
STO는 복잡한 개념처럼 들리지만, 그 본질은 매우 직관적입니다. 마치 거대한 빌딩 한 채를 수많은 작은 ‘디지털 조각’으로 나누어 누구나 소액으로 소유권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다만 그 대상이 빌딩뿐만 아니라 미술품, 음원 저작권, 심지어는 귀한 와인 컬렉션까지 확장된다는 점이 혁신적입니다. 이는 과거 유동성이 거의 없었던 자산들을 24시간 거래 가능한 ‘유동 자산’으로 변환하는, 금융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움직임입니다.
이번 법제화의 핵심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든 데 있습니다. 기존의 암호자산 시장이 법적 불확실성 속에서 야생처럼 성장했다면, STO는 기존의 증권 규제 프레임워크 안에 정식으로 편입되었습니다. 전자증권법 개정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계좌 관리가 공식화되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 경로가 명확해졌습니다. 이는 투자자 보호라는 튼튼한 다리 위에 혁신의 길을 놓는 지혜로운 접근법입니다.
업계의 반응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복잡한 심정을 보여줍니다. 한 업계 관계자의 “진작 통과됐어야 했는데”라는 말에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조바심이 깔려 있습니다. 반면, 금융투자협회의 환영은 제도권 금융이 이 새로운 도구를 생산적 금융 확대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기술을 수용하는 속도와 방식에 있어서의 전형적인 긴장 관계를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성장 전망은 실로 놀랍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다본 2030년 367조 원 규모의 시장은 공상이 아닙니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으로, 자본이 흐르는 경로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젊은 음악가가 미발표 음원의 미래 수익권을 토큰으로 발행해 팬들에게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소규모 건축사무소가 개발 중인 빌딩의 조각소유권을 판매할 수도 있는 세상입니다. 보고서가 지적한 대로 비금융자산(29.8%)의 비중이 가장 클 것이라는 전망은, 금융의 외연이 실물 경제와 더욱 밀접하게 결합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모든 새로운 플랫폼에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투자자와 플랫폼 업체가 겪게 될 ‘불편함’입니다. 기존처럼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던 시대가 끝나고, 발행 플랫폼과 유통 플랫폼이 분리되는 이원화 구조가 도입됩니다. 이는 마치 주식을 증권사에서 사고팔지만, 그 결제와 보관은 예탁결제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재의 시스템과 유사합니다. 투자자에게는 추가 계좌 개설이, 플랫폼 업체에게는 새로운 라이선스 취득이 과제로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의 큰 틀 다음을 장식할 ‘시행령’이라는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한 부동산 플랫폼 관계자의 우려처럼, 자본금이나 투자 한도 같은 구체적 규제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설계된다면 이 혁신의 속도는 크게 늦춰질 수 있습니다. 반면,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 사이의 정교한 균형을 찾는다면, STO는 한국이 금융 혁신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기둥이 될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시장 형성까지 남은 몇 달은, 단순한 대기 시간이 아닌, 더 스마트하고 포용적인 금융 생태계를 설계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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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본미디어](https://www.bonmedia.kr/news/articleView.html?idxno=5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