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 핵심 기둥이 흔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전문가 커뮤니티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자문위원회(ACIP)에 논란의 인물이 새 의장으로 임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직위 교체가 아니라, 과학적 증거 대신 특정 이념이 보건 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합니다.
과연 누가 공중보건 정책을 이끌어야 할까요? 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사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반백신 성향으로 알려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이 ACIP의 기존 전문가 17명을 전원 해임하고 자신의 입장과 비슷한 인물들로 위원회를 재편성한 바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의장이었던 마틴 쿨도르프 박사는 이제 보건복지부 내 다른 고위 직위로 이동했으며, 그의 뒤를 이어 커크 밀호안 소아 혈액종양 전문의가 ACIP 의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경력에 있습니다. 쿨도르프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봉쇄 조치와 백신을 비판한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의 공동 저자였습니다. 이 선언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통제 없이 퍼지게 하자는 내용으로, 많은 보건 전문가들로부터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죠. 그의 주도 하에 ACIP는 과학적 증거보다 이념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는 결정들을 내렸습니다. 안전성이 광범위하게 입증된 백신 보존제인 티메로살을 인플루엔자 백신에서 제외하도록 투표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새 의장인 밀호안 박사는 어떤 인물일까요? 그는 공식적으로는 ‘친백신’ 입장을 표명했지만, 그의 행보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코로나19에 효과가 없다고 증명된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동물용 구충제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홍보한 단체인 ‘독립 의학 연합(IMA)’의 회원입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를 과소평가하고 백신에 대한 오정보를 퍼뜨린 혐의로 하와이 의료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2024년, 그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코로나19 백신이 15세에서 44세 사이의 사람들에게 심각한 심혈관 질환과 사망을 유발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인물이 국가 최고의 백신 정책 자문 기구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 결정일까요? 이는 마치 소프트웨어 보안 취약점을 외면해온 전문가에게 사이버 보안 표준을 정립할 권한을 주는 것과도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술 표준이나 공중보건 지침은 엄격한 동료 평가와 증거에 기반하여 수립될 때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인터넷 프로토콜(IP)이나 웹 표준이 특정 기업의 이익이나 정치적 이념에 따라 결정되었다면 오늘날의 연결된 세계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공중보건 정책, 특히 백신 권고안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는 정치나 개인의 신념이 아닌, 방대한 데이터와 엄격한 과학적 방법론에 근거해야 할 영역입니다.
현재의 상황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공중보건의 미래는 누가 결정해야 할까요? 검증된 과학적 합의와 전문가 집단의 지식일까요, 아니면 정치적 임명과 논란적인 개인의 신념일까요? ACIP의 향후 결정, 예를 들어 예방접종 일정 변경이나 특정 백신 권고 조정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입니다.
한편으로, 이번 사태는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정책 수립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시급한 재고를 요구합니다. 기술 분야에서 오픈소스와 개방적 표준이 신뢰를 구축하는 것처럼, 공중보건 정책도 모든 증거와 논의 과정을 가능한 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잘못된 정보가 판을 치는 시대에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수 있습니다.
결국, CDC 백신 자문위원회의 최근 인사 문제는 단순한 조직 내부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가 ‘증거’와 ‘정보’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화의 시작점이 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팩트 체크가 중요하듯, 공중보건의 영역에서도 과학적 방법론과 데이터에 대한 존중이 어떠한 정치적 풍향보다 우선시되어야 함을 이 사건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우리는 과연 이 교훈을 통해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우리 모두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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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Ars Technica](https://arstechnica.com/health/2025/12/meet-cdcs-new-lead-vaccine-advisor-who-thinks-shots-cause-heart-dis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