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항상 새로운 보안 위협을 동반해왔습니다.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가 그러했고, 이제는 인공지능(AI)이 그 중심에 서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과 함께 ‘2025 AI 해킹방어대회'(ACDC)를 개최한 배경에는 이런 시대적 흐름이 깔려 있습니다. AI가 가져올 보안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이번 대회의 주목할 점은 포괄성에 있습니다. 단순히 AI를 도구로 쓰는 해킹 기술을 겨루는 것을 넘어, ‘AI를 활용한 보안(AI for Security)’, ‘AI 자체의 안전성 확보(Security for AI)’, ‘AI 플랫폼 보안’이라는 세 가지 축을 모두 아우릅니다. 이는 AI가 단순한 공격 도구가 아니라, 보호 대상이자 보안 인프라의 일부가 된 현실을 반영합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통합 접근 방식의 대회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합니다.
대회 방식은 해킹 대회의 전통적인 형식인 ‘CTF(Capture The Flag)’를 따릅니다. 참가자들은 격리된 클라우드 환경에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며 숨겨진 문자열을 찾아냅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보안 컨퍼런스와 대회가 활발히 열리는데, 이를 통해 실전에 가까운 보안 역량을 키우고 인재를 발굴합니다. 187개 팀이 참가한 예선 결과는 국내에도 이미 상당한 수준의 AI 보안 인력 풀이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배경훈 부총리의 발언은 AI 보안의 핵심적 딜레마를 잘 짚습니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자 동시에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악의적인 행위자가 AI를 이용해 더 정교한 공격을 개발할 수 있는 반면, 방어 측 역시 AI를 통해 이에 대응하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경쟁의 균형점이 바로 국가와 기업의 디지털 안보를 결정할 것입니다.
과거 클라우드 보안 초기와 마찬가지로, AI 보안 역시 기술 발전의 속도를 보안 대응이 따라잡기 어려운 ‘보안 갭(Security Gap)’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 주도로 산학연이 함께 참여하는 이번 대회는 매우 시의적절한 실험장입니다. 상금과 상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경쟁을 통해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보안 프레임워크와 최선의 실무 방법론(Best Practice)이 도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편, 이러한 대회가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선례를 보면, 보안 대회와 컨퍼런스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지식 공유와 네트워킹의 장으로 기능하며 전체 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됩니다. 국내에서도 ACDC가 그러한 선순환 구조의 시작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결국 AI 시대의 보안은 단일 기술이나 제품이 아니라, 지속적인 학습과 대응, 협력을 바탕으로 한 총체적인 생태계의 문제입니다. 첫 AI 해킹방어대회의 개최는 우리 사회가 AI라는 양날의 검을 인식하고, 그 칼날을 방패로 단련하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에 돌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번 대회에서 쌓인 경험과 통찰이 한국이 목표로 하는 ‘글로벌 AI 강국’의 토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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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자신문](https://www.etnews.com/20251201000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