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투자 풍경이 다시 한번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서 벤처캐피털의 투자 전략이 눈에 띄게 변화했는데요, 바로 ‘킹메이킹’이라고 불리는 현상입니다. 이는 특정 카테고리에서 유력한 승자 후보로 점찍은 스타트업에, 경쟁자들을 압도할 만큼의 막대한 자금을 초기 단계에서 집중 투입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는 AI 기업 자원 관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창립 1년 차 스타트업 듀얼엔트리가 라이트스피드와 코슬라 벤처스로부터 9천만 달러의 시리즈A 자금을 유치하며 4억 1,500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 당시 해당 스타트업의 연간 반복 매출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한 가치 평가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킹메이킹 전략의 핵심은 ‘자본을 무기화’하는 데 있습니다. 충분한 자금을 바탕으로 선택된 기업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도록 만드는 것이죠. 이 전략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우버와 리프트의 경쟁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케일 벤처 파트너스의 제레미 카우프만 파트너가 지적했듯, 결정적인 차이는 타이밍에 있습니다. 과거에는 시리즈C나 D 단계에서 이루어지던 ‘자본의 무기화’가 이제는 시리즈A나 B와 같은 훨씬 이른 단계에서 실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AI ERP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파운데이션 캐피털의 자야 굽타 파트너는 지난달 엑스에 올린 글에서, IT 서비스 관리나 SOC 규정 준수 같은 여러 AI 애플리케이션 카테고리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관찰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스타트업들이 시리즈A와 B 라운드를 불과 27일에서 60일 사이의 짧은 간격으로 연속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전략이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업계 내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각에서는 막대한 자금 조달이 대기업 구매자들에게 ‘생존 가능성’이 높은 공급자라는 인상을 주어, 실제 영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법률 AI 스타트업 하비가 대형 로펌 고객을 유치한 데에는 이러한 인식이 한몫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막대한 자금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음을 수없이 증명해왔습니다. 물류 스타트업 콘보이나 전동 킥보드 회사 버드의 사례는 자본만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뼈아픈 교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VC들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듯 보입니다. 앵귤러 벤처스의 데이비드 피터슨 파트너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은 AI 적용에 유망해 보이는 카테고리에 베팅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후보에 소액을 투자하기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왕’ 한 명에게 모든 것을 걸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결국 킹메이킹 현상은 AI라는 혁신 기술이 가져온 기회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한 확신과 조급함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기술 산업의 오랜 관찰자로서 덧붙이자면, 초기 자본의 힘은 시장을 열 수는 있으나, 장기적인 왕좌를 지키게 하는 것은 결국 제품의 실질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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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TechCrunch](https://techcrunch.com/2025/12/03/vcs-deploy-kingmaking-strategy-to-crown-ai-winners-in-their-infa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