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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공유하는 사진 앱 ‘레트로’가 카메라롤 타임머신을 선보인 이유

요즘 제 폰 카메라롤을 열어보면, 정말 별의별 사진이 다 들어있더라고요. 어제 먹었던 디저트 사진부터, 몇 년 전에 찍어둔 중요한 문서 스캔본, 친구들과의 흐릿한 단체샷까지. 스크롤을 내릴수록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지만, 정작 그 추억들을 체계적으로 돌아보거나 친구들과 나눌 일은 점점 줄어들었죠. 사진은 더 많이 찍는데, 그 사진들이 차지하는 의미는 오히려 옅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려는 앱이 하나 나왔더라고요. ‘레트로(Retro)’라는 친구 중심 사진 공유 앱이에요. 기존에도 일주일 단위로 친구들과 사진을 비공개로 공유하는 기능이 있었는데, 최근 ‘리와인드(Rewind)’라는 새 기능을 도입했거든요. 이 기능은 제 카메라롤 속 과거 사진들을 마치 아이팟 다이얼을 돌리듯 탐색할 수 있게 해줍니다. 특정 시점으로 이동하면 그때 찍은 사진들이 슬라이드쇼처럼 흘러나오죠. 공유 기능도 있어서, 갑자기 추억이 떠오르는 사진이 있으면 바로 친구에게 보낼 수도 있고요.

이 기능을 만든 네이선 샤프 공동창업자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많은 사진을 찍지만, 그 많은 사진으로 실제로 하는 일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수많은 사진들이 ‘디지털 에테르(ether)’ 속으로 사라져버린다는 거죠. (참고로 ‘에테르’는 고대 물리학 개념이지만, 저는 이 말을 듣자마자 ‘이더리움(Ethereum)’이 떠올랐네요. 재밌는 우연이죠.)

솔직히 말하면, 이 발상 자체는 완전히 새롭지는 않아요. 예전에 ‘타임홉(Timehop)’ 같은 앱도 비슷한 걸 했고, 페이스북의 ‘이날의 추억(On This Day)’이나 구글 포토의 메모리 기능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레트로의 접근법이 다른 점은, 이 모든 것이 ‘친구’라는 강력한 사회적 연결고리를 중심에 둔다는 거예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무관한 콘텐츠나 AI가 생성한 가짜 이미지가 아니라, 내가 찍은 ‘진짜 순간’과 그 순간을 함께한 ‘진짜 사람들’로 돌아가자는 철학이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이게 블록체인 정신과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디파이(DeFi)나 NFT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진정성(Provenance)’과 ‘소유권’이잖아요? 내 지갑에 있는 자산, 내가 가진 토큰의 기록은 변조할 수 없고 온체인에 영원히 남죠. 마찬가지로, 레트로는 내 카메라롤이라는 ‘개인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진정한 나의 기록’에 가치를 두고, 그것을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발견하게 해줍니다. 공유할지 말지, 숨길지 말지도 전적으로 내가 결정할 수 있구요.

물론, 모든 사진을 앱에 업로드해야 한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는 있죠. 크립토 업계에서도 ‘자기 주권 신원(SSI)’이 화두인 만큼, 개인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은 항상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니까요. 레트로가 이 부분을 어떻게 관리할지 지켜볼 필요는 있겠네요.

결국 레트로의 ‘리와인드’는 단순한 기술 기능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적 선언처럼 느껴집니다. “더 많은 AI 생성 콘텐츠가 아니라, 더 많은 친구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는 사용자들의 본능적인 욕구를 포착한 거죠. 암호화폐 세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복잡한 알고리즘과 파생상품보다, 결국 블록체인의 본질인 ‘투명한 기록’과 ‘신뢰할 수 있는 연결’로 돌아가는 프로젝트들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공감을 얻는 것 같아요.

여러분도 한번쯤, 잊고 지내던 카메라롤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오래된 사진 한 장이, 지금은 연락이 뜸한 친구와의 추억을 되살리고, 뜻밖의 디지털 자산(옛날 찍어둔 문서라던가요!)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진짜 발견’의 가치는, 아무리 발전한 AI도 대체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죠.

원문: [TechCrunch](https://techcrunch.com/2025/12/12/retro-a-photo-sharing-app-for-friends-lets-you-time-travel-through-your-camera-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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