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세탁과 경찰 정보 유출, 디지털 자산 시장이 직면한 신뢰의 시험대

최근 법원에 넘겨진 한 사건이 IT와 금융의 경계를 분석하는 저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서울의 경찰 간부 두 명이 암호화폐 환전소 운영자로부터 금품을 받고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것입니다. 단순한 공무원 비리가 아니라, 이 사건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취약점과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동시에 짚어보게 합니다.

먼저, 사건의 규모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검찰 추정에 따르면 해당 세탁 조직이 다루었던 범죄 수익은 약 186 million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60억 원에 달합니다. 이는 서울의 아파트 여러 채 값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암호화폐, 특히 테더(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유통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상품권 매장으로 위장한 환전소를 거쳐 디지털 화폐로 재탄생하는 과정에 공권력의 비호가 개입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사건이 주는 첫 번째 시사점은 ‘인프라의 중요성’입니다. 공격을 받은 거래소는 핫월렛(온라인 연결 지갑)에서만 비정상 출금이 발생했고, 콜드월렛(오프라인 저장 지갑)은 무사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차이가 아닙니다.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커스터디(Custody) 인프라의 견고함이 바로 신뢰의 핵심 자산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사례입니다. 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채굴 인프라가 재편되는 흐름도 있는 만큼, 자산 보관을 위한 물리적·기술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점검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두 번째는 ‘투명성과 감시의 균형’ 문제입니다. 보안업계에서는 이번 공격 수법이 북한 연계 해킹 조직 라자루스의 방식과 유사하다는 정황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 증거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더욱이, 법 집행기관 내부자의 정보 접근과 유출 가능성은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됐습니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지만, 그 자산을 실제로 통제하는 지갑의 관리 구조와 이를 감시하는 공권력 내부의 통제는 또 다른 차원의 과제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디지털 자산 시장이 성장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제도와 윤리의 정립이 따라잡지 못할 때 발생하는 진통이죠.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사건은 특정 자산의 가치 변동보다 더 근본적인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바로 ‘어디에 맡겨야 안전한가’라는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시장은 단순한 수익률 경쟁을 넘어, 신뢰를 기술과 제도로 어떻게 구현해내는지에 대한 경쟁으로 진화할 것 같습니다. 개인 투자자로서는 자신의 자산을 보관하는 거래소나 서비스의 보안 인프라와 규정 준수 현황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더욱 중요해질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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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본미디어](https://www.bonmedia.kr/news/articleView.html?idxno=5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