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와 가오리 보호, CITES 규제가 가져올 글로벌 시장 변화

IT 산업을 분석하다 보면, 기술 트렌드 못지않게 규제(Regulation)가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강력한 변수라는 점을 자주 느낍니다. 최근 생물 다양성 분야에서도 그런 ‘게임 체인저’급 규제가 등장했습니다. 국제사회가 상어와 가오리 국제 거래에 본격적인 제동을 걸기로 한 것입니다.

지난주 우즈베키스탄에서 막을 내린 CITES(멸종위기종 국제거래 협약) 제20차 당사국총회에서 70종 이상의 상어와 가오리에 대한 국제 거래 금지 및 규제가 채택됐습니다. CITES는 유엔 산하 조약으로, 이번 결정은 협약 가입국들이 해당 종들의 국제적 유통을 법적으로 통제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연간 약 10억 달러(약 1.3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조치입니다.

상어와 가오리는 해양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건강한 바다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분석 결과는 암울합니다. 전체 종의 3분의 1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외해에 사는 상어 개체수는 지난 50년간 70% 이상 감소했습니다. 산호초 상어는 전 세계 산호초의 5분의 1에서 사실상 사라진 상태입니다. 야생보전학회(WCS)의 루크 워윅 디렉터는 이를 “침묵하는 멸종 위기”라고 지적하며, 주된 원인은 ‘과잉 어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상어와 가오리의 생물학적 특성입니다. 업계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이들을 일반 어류와 동일하게 취급해 왔습니다. 하지만 참치 등이 1년에 수백만 개의 알을 낳는 반면, 상어와 가오리는 성장이 매우 느리고 새끼를 적게 낳습니다. 예를 들어, 만타 가오리는 일생 동안 단 7마리의 새끼만을 출산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재생산되는 일반 수산물과 동일한 수준의 포획 강도는 필연적으로 개체 수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규제의 배경에는 명확한 시장 수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상어 지느러미는 고급 중식 요리의 재료로, 고기는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이나 반려동물 사료로 사용됩니다. 만타 가오리는 주로 아시아 일부 전통 의학에서 사용된다는 아가미 판을 위해 포획됩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화장품 산업의 연결고리입니다. 굴퍼 상어 같은 심해종의 간유는 스쿠알렌의 원료로, 이는 스킨케어 제품과 메이크업의 주요 성분입니다. 찰스 다윈 재단의 연구원에 따르면, 화장품 산업이 상어 거래를 주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스쿠알렌이 제약 분야와 코로나19 백신에도 사용되며 수요가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CITES 규제는 단순한 보호 조치를 넘어, 관련 산업의 공급망과 비즈니스 모델에 상당한 변화를 요구할 것입니다. 불법 거래 감시 기술 개발이 시급해지고, 합성 스쿠알렌 등 대체 재료 시장이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지속가능한 공급원을 확보한 기업이나 관련 모니터링 기술을 보유한 테크 기업에 기회가 열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결정은 ‘데이터에 기반한 규제’가 어떻게 시장의 지속 불가능한 관행을 교정하고 새로운 산업적 기회를 창출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환경 보호와 경제 활동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장 안정성을 위해 규제가 선제적으로 작동하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테크 산업에서 데이터 프라이버시나 AI 윤리 규제가 새로운 표준과 시장을 만들어가는 흐름과 궤를 같이 합니다.

이번 결정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규제 대상: 멸종 위기의 상어·가오리 70여 종에 대한 국제 거래 제한.
2. 시장 규모: 영향을 받는 연간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10억 달러.
3. 주요 수요처: 식품(지느러미, 고기), 화장품(스쿠알렌), 전통 의학(아가미 판).
4. 산업적 영향: 공급망 재편, 대체 재료 시장 성장, 감시 기술 수요 증가 예상.
5. 교훈: 데이터 기반 규제는 위기를 관리하고 새로운 시장 기회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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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Ars Technica](https://arstechnica.com/science/2025/12/sharks-and-rays-gain-landmark-protections-as-nations-move-to-curb-international-tra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