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이 러시아 무기에 들어갔다고? 실전 투자자가 보는 ESG 리스크의 현실

투자를 하다 보면 ‘ESG’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게 되죠. 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론적으로는 다들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말 이게 실전에서 어떤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피부로 와닿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그런데 이번에 터진 뉴스는 마치 교과서 같은 사례를 보여주더군요.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TI, AMD, 인텔)을 상대로 텍사스에서 소송을 제기했어요. 핵심은 이거예요. 이 기업들이 수출 규제를 회피해 러시아와 이란으로 흘러간 칩을 제대로 추적하지 못했고, 그 칩들이 결국 무인기와 미사일 속에 들어가 민간인을 공격하는 데 사용됐다는 거죠. 변호사의 표현이 정말 적확했어요. “자동차의 핸들” 같은 존재라고. 그 핸들이 없다면 무기는 움직일 수 없으니까요.

여기서 우리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건, 기업들의 대응이에요. 보도에 따르면, 중개업체가 대량 주문을 할 때 해야 했던 일은 단지 ‘제재 국가로 보내지 않겠다’는 체크박스 하나에 표시하는 것뿐이었다고 해요. 실전 마케팅 출신으로서 이건 정말 믿기 힘든 일이에요. 고객 관리도, 리스크 관리도 아닌, 그냥 ‘눈감기’에 가깝죠. 인텔의 공식 입장도 의미심장했어요. ‘일반용 제품이라 최종 용도를 항상 알 수는 없다’고 말했는데, 이건 마치 “우리는 칼만 만들 뿐, 그 칼로 무엇을 하는지는 모른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해요. 하지만 사회와 시장은 그런 변명을 더 이상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게 요즘 흐름이에요.

제가 이 뉴스를 보면서 가장 머리를 떠올린 건 ‘공급망 리스크’예요. 많은 투자자분들이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만 쫓지만, 그 제품이 어떤 경로를 통해, 최종적으로 어디에 쓰이는지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해졌어요. 특히 반도체처럼 전략적이고 민감한 물품이라면 더 그렇죠. TI의 경우, 보드(이사회)에서 수출 통제 강화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추적은 불가능하다’며 거절했다는 보도도 있었어요. 단기적인 비용과 번거로움을 피하려다가 훨씬 더 큰 법적, 평판적 리스크에 직면한 셈이에요.

이걸 우리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첫째, ‘체크박스 경영’을 하는 기업은 주의해야 해요.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서명 한 번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근본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둘째, 기업의 윤리적 선언과 실제 행동의 괴리를 살펴야 해요. “우리는 반대한다”는 성명과, 실제 공급망을 관리하기 위한 투자와 시스템은 별개예요. 후자가 뒷받침되지 않는 전자는 그저 이미지 관리에 불과할 뿐이죠.

결국 이번 사건은 ESG가 단지 보고서에 쓰여진 점수가 아니라, 실제로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실전 리스크’임을 증명해요. 투자할 때는 반드시 ‘이 제품이 만약 잘못된 손에 들어간다면?’이라는 질문을 기업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지, 그 답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깁니다. 눈앞의 이익보다 훨씬 무거운 것들이 저울질되고 있는 시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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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Ars Technica](https://arstechnica.com/tech-policy/2025/12/ukrainians-sue-us-chip-firms-for-powering-russian-drones-missi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