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떠올려보면, 전기차 시장은 그야말로 뜨거웠습니다. 테슬라의 기업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후 관련 지출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시장을 달궜죠. 당시 포드는 한국의 SK온과 손잡고 켄터키와 테네시에 두 개의 대형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BlueOvalSK’라는 이름의 이 합작 프로젝트는 114억 달러(약 15조 원)의 투자와 1만1천 개의 일자리 창출, 연간 60GWh의 생산 능력을 약속하며 미래를 향한 대규모 베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사실상 사라졌고, 정부의 규제 압력도 약화되었습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공격적인 전기차 계획을 수정하거나 미루고, 내연기관 차량 개발에 다시 주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팔리는 전기차가 줄면 필요한 배터리도 줄게 마련이죠. 오늘 확인된 소식대로, 포드와 SK온은 배터리 합작사를 해체하기로 했습니다.
이 소식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포드는 이미 2024년 들어 전기차 전략을 두 번이나 수정하며 방향 전환의 조짐을 보여왔습니다. F-150 라이트닝의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테네시에서 생산할 예정이던 대형 픽업트리의 완전 전동화 모델 출시를 미루고, 2027년 출시 예정인 더 저렴한 중형 전기 트럭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죠. 시장의 변화에 발맞춘 자연스러운 조정입니다.
이번 합작 해체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포드 자회사가 켄터키의 ‘Blue Oval City’ 공장을 완전히 인수하고, SK온은 테네시 공장의 전권을 가져갑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SK온은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전망이 흐려지면서 합작을 종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테네시 공장의 생산 라인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배터리 업계의 전략적 다각화입니다. 테레메트리의 샘 아부엘사미드 부사장은 “SK온을 포함한 배터리 업체들이 ESS와 같은 전기차 외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ESS에 주로 쓰이는 LFP(인산철리튬) 배터리와 전기차에 많이 쓰이는 NMC(니켈망간코발트) 배터리는 제조 공정이 다릅니다. 같은 공장에서 여러 화학 조성의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교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별도의 설비가 필요하죠. 아부엘사미드 부사장은 SK온이 조지아 공장에서 NMC를 생산하고 있으므로, 테네시 공장을 LFP 생산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시건 공장 확장 계획을 NMC에서 LFP 생산으로 전환한 사례와 유사합니다.
포드 입장에서 켄터키 공장을 유지하는 것은 지리적으로 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캔자스시티(e-트랜짓), 디어본(F-150 라이트닝 후속차), 오크빌(슈퍼듀티) 등 포드의 주요 미주 지역 생산 거점과 가깝기 때문이죠. 아부엘사미드 부사장은 켄터키 공장의 생산량 일부가 차세대 배터리인 LMR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 포드는 미시건의 LFP, 켄터키의 NMC와 LMR 등 세 가지 배터리 화학 조성을 지역 내에서 확보하게 되어 유연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합작 해체는 단순한 사업 파트너십의 종료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이 과열된 기대에서 보다 현실적인 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입니다. 동시에, 배터리라는 핵심 부품 산업이 전기차에만 의존하지 않고 ESS 등 제2, 제3의 성장 동력을 찾아 전략을 재편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이제 전기차 생태계는 ‘누가 승자냐’보다는 ‘어떤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경로가 살아남느냐’라는 더 복잡하고 미묘한 질문에 답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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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Ars Technica](https://arstechnica.com/cars/2025/12/fewer-evs-need-fewer-batteries-ford-and-sk-on-end-their-joint-ven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