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인터넷 생태계를 지탱해온 기본적인 규칙들 중 하나가 대법원의 심리대에 올랐습니다. 소니를 비롯한 주요 음반사와 케이블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ISP)인 콕스 커뮤니케이션 간의 소송 구두 변론이 진행된 것이죠. 이 사건의 핵심은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 아래, ISP가 저작권 침해가 반복적으로 신고된 IP 주소의 사용자 계정을 해지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단순한 법리 논쟁을 넘어, 우리 모두가 사용하는 인터넷의 운영 원칙 자체를 재정의할 수 있는 중요한 고비입니다.
대법관들의 질문은 이 문제의 복잡성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콕스 측에 “침해자들에게 대응하기 위해 할 수 있었던 일들이 더 있었을 것”이라며, 대학이나 공동 주택과 협력해 사용자들에게 경고 조치를 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이는 마치 아파트 관리인에게 세입자의 불법 행위를 단속할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지 묻는 것과 유사합니다. 반면, ISP 측은 이미 하루 수백 건의 경고를 발송하고, 월 수천 개의 계정을 정지시키는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문제의 대부분은 개별 가정이 아닌 대학이나 호텔, 지역 ISP와 같은 대규모 공유 네트워크에서 발생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논쟁의 배경에는 2019년 콕스에 10억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선고했던 원심 판결과, 이를 뒤집은 항소법원의 2024년 2월 판결이 있습니다. 항소법원은 콕스가 사용자의 침해로부터 직접적인 이익을 얻지는 않았다고 보았지만, 고의적인 방조 침해 책임은 인정했습니다. 현재 대법원은 바로 이 ‘고의적 방조 침해’ 책임 여부를 가리려 하고 있습니다. 소니 측의 승리는 ISP로 하여금 더 많은 ‘해적’ 사용자를 인터넷에서 차단하도록 강제하는 판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에이미 코니 바렛 대법관의 질문은 사건의 본질을 찔렀습니다. “만약 당신이 승소한다면, 앞으로 저작권 침해 통지를 보낼 동기가 무엇인가요?” 이에 대한 콕스 측 변호인의 답변은 “콕스는 좋은 기업 시민이기 때문”이었지만, 결국 승소 시 향후 책임 위험은 사라진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이 점을 지적하며, DMCA의 ‘안전항’ 조항(침해 방지 조치를 취하는 사업자에게 책임을 면제해주는 규정)이 ISP가 원래부터 책임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우려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기술과 법이 충돌하는 고전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한편으로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당위성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ISP가 단순한 ‘데이터 파이프’ 역할을 넘어서서 콘텐츠 감시관과 경찰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과도한 책임 부여는 혁신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온 측면이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판결이 단순히 한 회사의 운명을 가르는 것을 넘어, 향후 10년간의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마치 초고속도로 관리자에게 각 차량의 운전 내용까지 감독할 책임을 묻는 것과 같습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디지털 시대의 책임 소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우리 모두가 누리는 인터넷의 자유와 안전의 경계를 다시 한번 정의하게 될 것입니다.
—
원문: [Ars Technica](https://arstechnica.com/tech-policy/2025/12/supreme-court-debates-whether-isps-must-kick-pirates-off-the-in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