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한 행사가 한국 AI 인재 양성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현장이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한 ‘2025 청년취업사관학교 AI 인재페스티벌’은 단순한 축제나 격려 행사를 넘어, 하나의 도시가 미래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인프라와 전략을 구축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기술 혁신의 중심지는 정부, 대학,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생태계에서 탄생해왔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스탠퍼드 대학과 인근 첨단 기업들, 그리고 벤처 캐피털이 만들어낸 선순환 구조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오 시장이 언급한 “AI 요람”과 “AI 선도 도시”라는 비전은 바로 이러한 생태계 조성을 서울에 구현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힙니다. 특히 ‘빅테크 전담캠퍼스 확대’를 통한 실무형 인재 양성 계획은 학문적 지식과 현장 실무 능력을 함께 갖춘 인재, 즉 ‘T자형 인재’를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표는 ‘서울 AI 인재 얼라이언스’의 출범입니다. 한국인공지능협회, 대한상공회의소 같은 단체부터 KT CS, 구글코리아 같은 기업, 그리고 고려대, 서강대 등 대학까지 총 31개 기관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광범위한 협의체 구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로드맵과 상호 호혜적인 협력 모델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합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산학협력 체계가 여러 번 시도되었으나, 이해관계 조정의 실패로 빛을 보지 못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오 시장이 ‘체험부스’와 ‘일자리 매칭데이’를 직접 방문한 것은 상징적인 제스처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정책 입안자가 현장의 목소리, 특히 교육을 받는 청년과 채용을 고려하는 기업의 실제 고민을 듣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기술 정책, 특히 AI와 같은 빠르게 진화하는 분야에서는 탑다운(Top-down) 방식의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장의 피드백을 정책에 신속히 반영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러한 서울시의 움직임은 국내 AI 인재 양성 경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광역자치단체들도 각자의 산업 특성에 맞는 AI 인재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을 터, 이는 전체적으로 국가 차원의 AI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적 확산보다는 질적 심화, 즉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강점(예: 서울의 글로벌 기업과 R&D 밀집도, 부산의 로지스틱스, 대구의 제조업 등)에 집중한 맞춤형 교육 과정 설계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결국, 서울시의 이번 발표는 ‘인재 전쟁’이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을 넘어 도시 간 경쟁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청년취업사관학교’와 ‘얼라이언스’가 단순한 정책 슬로건을 넘어, 실제로 세계적 수준의 인재를 배출하고 그들이 서울에 뿌리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과연 하나의 도시 주도로 형성되는 인재 생태계가 글로벌 AI 경쟁에서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
원문: [전자신문](https://www.etnews.com/20251202000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