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이나 코인 차트 보다가 스트레스 받을 때면, 저는 오래된 RPG 게임을 하면서 머리를 식히곤 해요. 특히 스토리가 뛰어난 게임을 할 때면 ‘와, 대체 이걸 어떻게 만들었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그 질문에 답해줄 만한 인터뷰를 발견했어요. 전설적인 게임 ‘폴아웃 2’와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를 만든 크리스 아벨론의 이야기였죠.
그가 말하는 게임 디자인의 첫 번째 원칙은 참 직관적이에요. “플레이어는 이기적”이라는 거거든요. 여기서 이기적이라는 건 나쁜 의미가 절대 아니에요.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서 자신이 진짜 주인공이 되는 경험, 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런 ‘쾌감’을 원한다는 뜻이에요. 아벨론은 ‘토먼트’를 만들 때 이 원칙을 극단적으로 적용했다고 해요. 게임 내 거의 모든 요소가 ‘당신(플레이어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고 하네요.
이건 마치 우리가 좋아하는 OTT 서비스를 떠올리게 해요. 넷플릭스가 ‘당신을 위한 추천’을 보여주는 것처럼, 게임도 ‘당신을 위한 모험’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성공한 서비스나 콘텐츠의 공통점은 결국 ‘사용자 중심’이라는 점에서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깨달음은 아벨론이 유명한 게임 디자이너가 되기 훨씬 전, 아홉 살 때 처음 접한 ‘던전 앤 드래곤’에서 비롯됐대요. 그는 “규칙이 있는 역할놀이”라는 개념에 완전히 매료됐다고 해요. 무한한 상상력에 ‘성공과 실패’라는 작은 제약을 더하니 오히려 더 재미있어진다는 걸 깨달은 거죠. 이건 우리가 경제학에서 배운 ‘제약 조건 하의 최적화’ 문제랑 비슷하지 않나요? 무한한 자원보다는 제한된 자원 안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해야 할 때, 오히려 창의력이 폭발하는 그런 느낌이요.
재미있는 건, 그는 원래 게임을 만드는 사람(GM)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에요. 그냥 즐기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되고 싶었대요. 그런데 친구들 중 아무도 그 많은 준비 작업이 필요한 GM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도전하게 됐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들과 함께 인터랙티브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답니다.
이건 마치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겪는 상황이에요. 계획한 직무는 아니었는데, 팀에 그 역할을 할 사람이 없어서 내가 해보게 되고, 막상 해보니 적성에 딱 맞아서 크게 성장하는 그런 경우 말이죠. 아벨론도 프로그래밍을 본격적으로 배운 건 아니지만, TRS-80 컴퓨터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려고 초보적인 코딩을 시도했다고 해요. 결과물은 버그 투성이의 ‘참사’였다고 하지만, 그 과정이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대요.
80년대 초반이라 지금처럼 인터넷 강의도, 커뮤니티도 없이 혼자 책만 보고 공부해야 했던 점이 좀 안타까우면서도 대단하네요. 지금 우리는 모르는 게 있으면 5분 만에 유튜브 강의를 찾아볼 수 있는데 말이에요. 그 시대의 ‘불편함’이 오히려 깊이 있는 탐구를 가능하게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아벨론이 처음 꿈꿨던 건 컴퓨터 게임 디자이너가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그는 종이 위의 롤플레잉 게임 모듈이나 만화책을 만들고 싶었대요. 하지만 그런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현실을 깨닫고, 컴퓨터 게임 업계에 뛰어들 기회가 왔을 때 잡았다고 하네요. 당시만 해도 ‘게임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거의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이었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워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결국 모든 창의적인 일의 시작은 ‘하고 싶은 것’과 ‘재미’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재미의 본질을 파고들어 ‘다른 사람에게도 어떻게 하면 이 재미를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위대한 작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주식 투자나 코인 분석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복잡한 지표와 차트 속에서도 결국 ‘이게 내 돈과 무슨 상관이지?’, ‘내 투자에 어떻게 도움이 되지?’라는 ‘나’ 중심의 질문에서 시작해야 이해가 깊어지는 것처럼요.
다음번에 정말 몰입감 넘치는 게임을 하게 된다면,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 게임은 어떻게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있을까?’라고요. 그 안에 그 게임을 빛나게 만든 디자이너의 작지만 강력한 철학이 숨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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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Ars Technica](https://arstechnica.com/gaming/2025/12/fallout-2-designer-chris-avellone-recalls-his-first-forays-into-game-development/)